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역사책은 12세기 중엽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다. 그럼에도 그 이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것은 중국 역대 사서(史書)에서 〈조선전〉 혹은 〈동이전(東夷傳)〉이라는 것을 두어 고조선, 고구려, 부여, 예맥 등에 대한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기록들은 ‘중국인의 시각’에서 쓴 것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1000~20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경과 지명이 수없이 변했고, 근대국민국가의 역사 의식까지 소급(遡及) 투영되면서 이런 사서들을 통해 역사의 실체를 발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 책은 중국 정사(正史) 25종 가운데 초기 저작인 《사기》 《한서》 《삼국지》 《후한서》의 〈조선열전〉 〈조선전〉 〈동이전〉 〈동이열전〉의 원문(原文)을 번역한 것이다. 그와 관련된 중국 역대 학자들의 주석(註釋)과 이병도 등 한국 학자들의 학설을 함께 소개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 뒤에 덧붙인 저자의 주장들이다. 예컨대 《사기》 〈조선열전〉에 나오는 고조선과 한(漢)의 전쟁에 관한 대목들과 관련해, 고조선이 5만명 넘는 한나라 군대와 맞서 1년 이상 완강하게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고조선의 도읍인 왕험성(왕검성)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평양이 아니라 산해관 인근 창려현의 산지(山地)였기 때문이라고 비정(比定)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우리 고대사에 대한 기존 인식을 가차없이 허물어나간다.
 

  그런 주장에 꼭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국 고대 사서들이 우리 민족에 대해 어떻게 기록했고, 중국 학자들이 우리 역사를 어떻게 해석해왔는지 살펴보면서,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에서 단편적으로 배운 내용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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