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비 경제학자들은 오직 눈에 쉽게 띄는 효과들에만 집착”(바스티아)
⊙ “공짜 점심은 없다”(밀턴 프리드먼)
⊙ 서민 부담 줄여준다는 임대차보호법 등, 오히려 ‘내 집 마련’ 어렵게 해
⊙ 노란봉투법은 고용 구조 개편, 투자 기피 등으로 취약 계층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
權赫喆
1961년생.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독일 쾰른대학 대학원 경제학 석사·박사 /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자유경제원 전략실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자유민주연구학회장, 자유기업원 부원장 역임. 現 자유시장연구소장, 코리아리버티포럼 대표
⊙ “공짜 점심은 없다”(밀턴 프리드먼)
⊙ 서민 부담 줄여준다는 임대차보호법 등, 오히려 ‘내 집 마련’ 어렵게 해
⊙ 노란봉투법은 고용 구조 개편, 투자 기피 등으로 취약 계층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
權赫喆
1961년생.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독일 쾰른대학 대학원 경제학 석사·박사 /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자유경제원 전략실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자유민주연구학회장, 자유기업원 부원장 역임. 現 자유시장연구소장, 코리아리버티포럼 대표
- 사진=조선DB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하여 이재명 대통령은 “서민들이 너무 먹고살기가 힘들다”면서 “민생지원금으로 ‘비싼 수입 과일 사 먹어야지’ ‘가족 데리고 소고기 한 번 실컷 먹어봐야지’ 하는 사람이 많다.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이런 먹는 문제 가지고 애달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이 대목에서 필자는 ‘인민이 이밥에 고깃국 먹게 하는 것이 소원’이라던 북한의 김일성이 떠올랐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소비 진작 및 소득 지원 효과가 있을 것이며, 경제에 ‘약간의 마중물만 부어주면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도 했다. ‘돈이 돌기 시작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현이다.
‘깨어진 유리창’
|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리크 바스티아. |
여기서 떠오르는 이름 하나가 있다. 1800년대 초중반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프레데리크 바스티아(Frederic Bastiat)다. 그는 ‘깨어진 유리창’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로 잘못된 경제 인식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한 소년이 집 안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유리창을 깨뜨렸다. 잔뜩 화가 난 소년의 아버지에게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한다.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경제가 살아날 수도 있다고요. 유리 가게 주인이 일이 생기고 장사가 되니 좋잖아요.’
유리창이 깨어졌으니 새로 갈아 끼워야 한다. 유리 가게에 돈이 들어오고, 유리 가게 주인은 그 돈으로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서 먹는다. 치킨집은 그 돈으로 철물점에서 필요한 도구들을 구입한다. 이런 식으로 소비가 계속 이어진다. 한 소년이 부주의로 유리창을 깼지만, 이로 인해 돈이 돌면서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유리를 깨서 경제를 활성화한 소년에게 감사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것은 눈에 보이는 효과에 불과하다고 바스티아는 말한다. 그 유리를 새로 끼우기 위해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다른 물건에 대한 지출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년의 아버지는 원래 그 돈으로 소년에게 신발을 사주고자 했었다고 가정해 보자. 소년의 아버지는 이제 유리를 새로 갈아 끼우기 위해 신발에 대한 지출은 할 수가 없게 됐다. 소비 지출이 신발에서 유리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유리 가게에 일거리가 생기고 소비가 일어나는 것은 눈에 보이지만, 이로 인해 원래 사려고 했던 신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만일, 소년이 유리를 깨뜨리지 않았다면, 소년의 가족은 온전한 유리창에 신발까지도 소유할 수 있었을 텐데, 유리를 깨뜨리는 바람에 신발은 포기하고 유리창만 다시 끼우게 된 것이다. 바스티아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인가가 불필요하게 파괴되었다면 사회는 그것만큼의 손실을 입는다.… 부수고 파괴하고, 낭비한다고 해서 고용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파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주장은 ‘전쟁이 경제를 일으킨다’는 주장만큼이나 엉터리 주장이라는 이야기다.
‘공짜 점심은 없다’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
여기서 잠깐! 그런데 국가 예산이라는 건 이미 쓸 곳이 정해져 있는데 지원금으로 뿌린 그 돈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공짜’가 아니다. 정부는 생산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니다. 정부가 그 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늘리거나, 국채(國債)를 발행하거나, 통화량을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결국 세금 인상이나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負債)나 혹은 돈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세금 인상과 민간의 소비 여력 감소, 국채의 증가와 미래 세대의 부담,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이션 같은 것들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왜곡과 비용을 치르게 하는지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따라서 국민이 ‘공짜’가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어렵기에 정치인들, 특히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정책 수단이기도 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정부가 경기를 조절하기 위해 또는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프리드먼은 모든 정부 지출은 결국 납세자의 몫이거나 인플레이션이나 국가 채무 누적으로 인한 미래 세대의 부담 등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단기적인 부양책은 근본적인 성장의 해법이 될 수 없고, 경제의 자연적 회복을 지연시키고 방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단기적인 소비 진작이 아니라, 세율 인하와 규제 개혁 등 구조적 접근으로 경제의 활력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세금 폭탄
| 2025년 6월 25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 만났다. ‘모두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배경 글씨가 보인다. 사진=조선DB |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25%로 인상한 것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 당시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단행되었던 감세(減稅) 정책을 뒤집는 것으로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조치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기업 유치와 리쇼어링(해외공장의 자국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감세 또는 세금 유예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유독 역행(逆行)하는 셈이다.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기준도 대폭 강화된다. 대주주 요건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춰 더 많은 투자자에게 이른바 ‘세금 폭탄’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역시 코스피, 코스닥 모두 인상되었다. 명분은 조세 형평성과 부자 감세 철회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조세 부담 증가로 투자 여력과 재무 건전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자본 시장도 큰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고 있다.
‘노란봉투법’
세제(稅制)보다 더 큰 문제는 노동 시장과 관련한 입법이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쟁의 행위에 대해 원청기업도 연대(連帶) 책임을 져야 하며, 쟁의 행위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법적 예측 가능성이 크게 흔들리고 그만큼 많은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간 하도급 계약, 외주 등 민간 경제의 계약의 자유가 크게 침해됨은 물론이고, 불확실성과 책임 부담의 증가로 기업들은 고용 구조를 바꾸거나 국내 생산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들은 이렇게 되면 ‘기업 하기 어렵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용 구조 개편이나 국내 생산 회피, 외국 기업의 투자 기피는 중소 하청업체의 수주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취약 계층의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확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되는 조치가 오히려 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또 이 법안은 쟁의 행위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그간 손해배상 청구는 불법 쟁의에 대한 최소한의 억제 장치 또는 협상의 균형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이 장치까지 제거되면 기업은 노조의 불법적인 점거, 파괴, 생산 차질 등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제재 수단도 없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노조의 불법행위는 더욱 격화되고 장기화될 것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싶다면…
이런 조치들 역시 ‘보이는 것’만을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간과하는 데서 오는 잘못된 정책들이며 정책의 실패와 경제의 침체는 예정돼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들을 통해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사회적 형평을 도모한다고 하지만,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세금 부과는 결국 모두의 손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투자와 고용이 줄면, 그 피해는 결국 보호하고자 하는 취약 계층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간다.
원론적인 이야기겠지만, 시장경제는 자율과 책임의 원리에 기초한다. 국가가 기업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힘의 균형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려 한다면,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과 만족은 얻을 수 있을지라도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싶다면,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정책이 아니라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와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조세의 형평성이니 노동권 보호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경제 자유와 법적 안정성 위에 구축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책 실패의 사례집’ 부동산 정책
한국에서 첨예한 관심을 보이고, 또 그런 만큼 규제도 강하고 자주 동원되는 부문은 단연 부동산 시장이다. 그동안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목표로 수많은 규제를 도입했다. 전매제한, 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고강도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임대차 3법 등 목록은 끝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정책 실패 사례도 끝이 없다.
이러다 보니, 부동산 시장은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간과하는 데서 오는 정책 실패의 사례집과도 같다.
예컨대 임대차 3법의 명분은 ‘서민 주거 안정’이었다. 그런데 이 법은 임대인의 공급 유인을 떨어뜨렸고, 이 결과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오히려 서민의 주거 부담이 늘어나게 되었다. 분양가 상한제는 언뜻 보기에 신축 아파트의 가격을 낮춰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도와주는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건설사의 공급 유인을 떨어뜨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축 공급 부족과 주택 노후화를 초래한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내 집 마련을 더 힘들게 만든다.
최근에는 고강도 대출 규제까지 더해졌다. 가격은 불안정해지고, 공급자는 더 이상 집을 지으려 하지 않고, 수요자는 자금 조달의 벽에 가로막힌다. 매수세가 얼어붙고 매도세도 잠겼고, 부동산 거래는 대폭 줄었다.
이를 두고 어떤 정부 관료는 고강도 대출 규제로 ‘시장이 안정화되었다’고 평한다. 오해도 이런 오해가 없다. 시장이 고강도 규제로 ‘기절’해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안정화’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 수요 억제, 서민 보호, 시장 안정이라는 ‘보이는 명분’과 ‘보이는 효과’ 뒤에는 공급 위축, 거래 실종, 세입자 고통 등 ‘보이지 않는 대가’가 숨어 있다.
바스티아가 강조한 것은 정책에서 나타나는 효과는 즉각적인 효과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일련의 연속된 효과들도 있으며, 그중 당장 나타나는 ‘눈에 보이는 효과’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이며 이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이비 학자’
그는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만을 주목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사이비(似而非) 학자’라고 불렀다. 그는 이런 ‘사이비 학자’와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고려하는 ‘진정한 학자’를 구분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이비 경제학자들은 오직 눈에 쉽게 띄는 효과들에만 집착한다. 반면, 진정한 경제학자들은 보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간접적인 효과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 그래서 사이비 경제학자들은 당장 눈에 띄는 하잘것없는 이득에 집착한 나머지 두고두고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반면 진정한 경제학자들은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더 큰 이득을 추구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었지만, 최근의 정부 정책 방향과 국회에서의 입법 방향, 그리고 이를 대하는 많은 사람의 태도와 반응을 보노라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하이에크(F.A. von Hayek)가 바스티아의 책 《법》(이 책 속에 앞에서 말한 ‘깨어진 유리창’ 이야기가 들어 있다) 서문에서 한 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바스티아가 타파하고자 했던 것은 그의 시대를 풍미하던 오류들이었다. 오늘날에는 그처럼 엉성한 주장을 펴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독자들이여, 속지 마시라. 보다 정교한 형태로 위장하고 있어서 찾아내기가 쉽지 않지만, 과거와 같은 오류투성이 주장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매우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논증을 통해서 이끌어내는 결론이 결국 과거와 같은 주장을 담고 있다면,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 monthly.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