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를 찾는 한국인들은 이곳 미술관과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를 둘러보면서 한 사람의 건축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 또 자연친화적 발상이 公害의 섬을 어떻게 변모시키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면서 많은 감명을 받는다.
愼鏞碩
⊙ 1941년 인천 출생.
⊙ 서울대 농대 졸업, 서울대 신문대학원 석사.
⊙ 조선일보 駐파리 특파원,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역임.
⊙ 저서: <현장에서 본 프랑스 교육> 등.
⊙ 상훈: 佛 문화훈장, 국민훈장 동백장 등.
愼鏞碩
⊙ 1941년 인천 출생.
⊙ 서울대 농대 졸업, 서울대 신문대학원 석사.
⊙ 조선일보 駐파리 특파원,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역임.
⊙ 저서: <현장에서 본 프랑스 교육> 등.
⊙ 상훈: 佛 문화훈장, 국민훈장 동백장 등.
- 베네세출판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 회장.
바로 이 나오시마 섬은 몇 년 전부터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과거 公害(공해)에 찌들었던 섬이 미술관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한국인이 나오시마를 대거 찾기 시작했다.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만들고 있는 베네세출판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63) 회장도 한국인들의 나오시마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 놀라워하고 있다.
나오시마 스토리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학습지 출판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후쿠다케 서점(福武書店)의 창업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도쿄(東京)에서 근무하고 있던 아들 소이치로 씨는 오카야마(岡山) 본사의 경영을 맡게 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그는 성인 상대 어학교육과 노인 간호사업 영역에 새로 진출했다.
또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후쿠다케 서점에서 베네세 그룹으로 이름을 바꾸고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평소 미술품 수집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 후쿠다케 씨는 이듬해인 1987년 10억 엔을 투입해 나오시마 섬의 절반 정도를 사들여 미술관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롭게 탄생한 베네세 그룹의 리더가 된 그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68) 씨를 찾아가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자고 제의한다.
오사카(大阪) 태생의 안도 씨는 학벌 위주의 일본 사회에서 고등학교 출신으로 도쿄대 교수까지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 하버드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하면서 세계 각국에 기념비적 건축물을 많이 남긴 안도 씨는 처음에는 후쿠다케 씨의 제의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만남을 거듭한 두 사람은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기로 의기 투합하고 미술관과 호텔이 함께 들어선 베네세 하우스를 1992년에 완공시켰다. 한국의 白南準(백남준)씨 작품을 포함해 현대 미술과 설치 미술품들이 주로 전시되고 있는 베네세 하우스는 나오시마 섬에서 세토 내해의 아름다운 섬들과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정원에는 세계 각국의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호텔 또한 크고 작은 미술작품으로 꾸며져 있어 미술관에 투숙하는 분위기를 연출해 투숙 희망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연조명으로 모네의 작품 감상하게 한 안도 다다오
|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씨. |
파리의 오랑제리 미술관에 있는 대형 수련 연작 이외에 2m × 4m 이상의 대형 수련 작품은 전 세계에 9점이 알려져 있는데, 보스턴 전시회에 출품됐던 작품은 그중의 하나로, 유일하게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후쿠다케 씨는 巨金(거금)을 들여 개인 소장가로부터 모네의 작품들을 사들였다.
지난번 지중 미술관에 들렀을 때 학예관 오호라(大洞) 씨에게 모네의 작품을 얼마에 구입했느냐고 물어보니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지중미술관 건립 예산 이상의 금액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보스턴에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구입한 후쿠다케 씨는 이어 미국의 현대 미술가 제임스 튜렐과 월터 드 마리아를 만나 “나오시마에 건립 예정인 지중 미술관에 작품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각기 ‘광선’과 ‘조각’을 위주로 하는 두 작가와 안도 씨는 나오시마에서 만나 지하에 들어서게 되는 미술관의 기본 설계를 협의했다.
이 과정에서 클로드 모네의 크고 작은 수련 작품의 전시방식도 함께 논의됐다. 후쿠다케, 안도, 튜렐, 드 마리아를 비롯해 몇 명의 학예관들이 함께한 모임에서 지중 미술관의 기본 방침이 결정됐다. 미술관은 완전히 지하에 건립되며 인공조명 대신 자연광만을 이용하고, 건축자재는 안도 씨가 즐겨쓰는 강화 콘크리트를 쓰기로 합의했다.
| 상부에서 내려다 보는 地中 미술관. 자연채광을 위한 구조물만 보이고, 3층짜리 건물은 모두 지하로 처리돼 있다. |
일생(1840~1926)을 통해 태양빛의 변화를 예민하게 추적하면서 이를 캔버스에 담았던 모네는 출세작 ‘해뜨는 인상’으로부터 시작해 ‘루앙 성당’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연작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광선의 변화를 화폭에 담았던 화가였다.
이같은 모네의 작품을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조명으로 감상하게 함으로써 화가의 창작정신을 한 세기가 지난 후 일본의 나오시마 섬에서 재현시킨 것이다. 지중 미술관의 클로드 모네 스페이스에서는 아침이나 저녁, 또는 흐린 날과 맑은 날에 따라서 수련 작품들이 다르게 보인다.
마침 구름이 잔뜩 끼었던 날, 지중 미술관에서 본 모네의 수련은 화가가 말년을 살면서 수련을 즐겨 그렸던 프랑스 지베르니의 흐린 날씨에 보는 수련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가 모네와 건축가 안도의 공동 작품인 지중 미술관의 모네 스페이스야말로 수련 大作(대작)들을 자연조명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미술관일 것이다.
지중 미술관에 설치된 튜렐과 드 마리아의 작품 역시 미술관 설계 초기 단계부터 건축가 안도 씨와 작가가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지중 미술관 건물의 일부처럼 전시·설치되어 있었다. 두 작가와 안도 씨가 미술작품과 건축작품을 융합시켜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든 인상을 준다. 2004년에 완공된 지중 미술관은 베네세 하우스와는 달리 모네-튜렐-드 마리아-안도의 거대한 합작 예술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제2, 제3의 나오시마 프로젝트 진행 중
| 아트하우스 프로젝트로 과거 민가로 쓰이던 건물의 거실에 조명작품이 설치돼 있다. |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 회장은 나오시마의 빈집들을 사들여 아트하우스로 변모시키는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다. 주인이 떠난 민가나 농가를 손보고 개조해 각기 다른 미술품들로 채워 넣는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는 현재 여섯 개가 완성됐고, 계속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지중 미술관의 축소판처럼 건축가와 예술가가 함께 작업해 완성시키는 전위예술처럼 보였다.
셔틀버스를 타고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와 지중 미술관, 그리고 아트 하우스를 두루 관람하는 데는 하루가 족히 걸린다. 후쿠다케 회장과 안도 씨, 그리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이룩해 놓은 미술관과 종합 예술품들은 공해에 찌들고 쓰레기 더미가 많던 섬을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오늘날 나오시마 섬의 1인당 평균 소득은 후쿠다케 회장 덕에 가가와현 내 35개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 중 1위로 올라섰다.
| 정원에서 바라다본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 전시공간과 호텔건물이 보인다. |
“지난 18년 동안 나오시마에 투입한 총액은 밝힐 수 없다”고 말하는 후쿠다케 회장은 “2009년에는 투자액 전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베네세 그룹에서는 인근에 있는 이누지마(犬島)와 데시마(豊島)에도 옛 공장 건물을 미술관으로 개조하고 새로 미술관을 짓는 등 또 다른 나오시마를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다. 베네세 그룹은 열성적이고 충실한 고객을 늘려 나가고 그룹 매출도 덩달아 커지는 제2, 제3의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자 가가와현과 오카야마현에서는 세토 내해 복합예술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나오시마와 인접 지역의 기존 문화·예술 인프라를 엮어서 단 하루의 방문이 아니라 며칠 동안 이 지역을 순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나오시마를 찾는 데는 기차를 갈아타고 다시 페리에 승선해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되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나오시마를 찾는 한국인들은 이곳 미술관과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를 둘러보면서 한 사람의 건축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 또 자연친화적 발상이 공해의 섬을 어떻게 변모시키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면서 많은 감명을 받는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단지와 자연 파괴의 가슴 아픈 현실의 대안과 해결책을 나오시마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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